앙코르의 기적을 일구는 캄보디아 |신현석 주 캄보디아 대사 인터뷰
◇“경제성장 배우자 … 한국 따라하기 열풍”◇
지난 6월. 13명의 한국인이 캄보디아 현지에서 여객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유가족 만큼이나 슬퍼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신현석 주 캄보디아 대사다. 사고 후 3일 밤낮을 유가족과 함께 보내며 슬픔을 같이 나눴던 그 역시 따뜻한 한국인이었다.서글서글한 외모에 풍채도 좋아 보이는 신 대사. 하지만 처음 만나 몇 마디만 나눠도 그가 외모만큼이나 마음이 푸근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듯하다. 그에게 캄보디아 한국인들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물었다.
●“일본의 경우 원조를 많이 하지만 실질적인 투자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과 비중이 큰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 가장 큰 제조업을 운영하는 KTC케이블(경안전선)을 비롯해 봉제업체들의 경우도 투자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90년대 말까지는 봉제업 투자규모는 건당 100만 달러 미만이었으나 2000년대 이후 건당 100만 달러를 초과했으며 2005년 200만 달러, 2006년 500만 달러 등 해가 거듭될수록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업 역시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신설된 4개 은행 중 한국계 은행이 2개다. 제조업 분야도 바이오 대체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으며 건축 분야 또한 캄코시티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현지 국민들은 한국 기업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가.
우리나라 기업을 보는 현지인들의 시각은 매우 긍정적이다. 일반 국민 외에 현지 정치지도자와 고위 공무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 한국의 경제 산업발전은 이 나라 공무원들이 배워야 할 모델로 여겨질 정도다.
상점에선 한국 전자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다. 휴대전화의 경우 디자인이 우수하고 가벼워 젊은층이 갖고 싶어하는 품목으로 여겨지고 있고, 슈퍼마켓에 가면 한국산 생활용품이나 스낵류가 즐비하다. 이렇다 보니 한국어 학원에도 수강생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는 것을 반영하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한국 기업 간 교류는 많은가. 또한 대사관에선 어떤 역할을 하나.
기업은 이윤창출이라는 기본적인 목적 외에 현지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윤리적 의무도 가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기업인들의 경제단체 조직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었는데 지난 10월 재캄보디아한국경제인협의회(이하 한경협)가 탄생했다. 현재 회원수가 40개 사에 이르고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는 단계에 와 있다. 한경협의 창립이 한국과 캄보디아 간 경제교류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한경협이 탄생되기 전에도 경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한국 기업 대표자와의 간담회를 정례적으로 추진해왔다. 대사관에서는 분기별로 통상투자진출확대지원 회의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 회의를 통해 한국 기업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이나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현지 정부기관에 전달해 해결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겪는 사업상 장애물은 어떤 것인가.
가장 큰 어려움은 제도적인 미비다. 캄보디아 정부가 계속해서 법령을 제정하고 또 개정하고 있지만 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하부 규정인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제정되기까지 2∼3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둘째, 협소한 내수시장이다. 현재까지 외국인 투자가 집중된 봉제산업은 내수시장을 목표로 하지 않고 미국이나 EU 등 선진국 시장을 겨냥해서 진출을 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내수시장을 겨냥해 진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 경우 내수시장보다는 인근지 시장, 제3국 시장을 목표로 한 투자에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셋째, 원·부자재 대부분을 모두 수입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산업기반이 취약해 국내에서 원자재 조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애로사항이다.
마지막으로 인프라의 부족을 들 수 있다. 만성적인 전력 부족으로 인해 인근 나라에서 전력을 수입하고 있으나 부동산개발, 제조업 투자 증가 등으로 인해 수요가 오히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캄보디아 국민들의 성향은 어떠한가.
캄보디아 사람들은 매우 긍정적이고 매사에 순응하는 편이다. 비록 우리 기준으로 볼 때 소득수준이 낮고 극히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불교적인 영향이 강해 못 살아도 나눔의 정신은 강하다.
또한 캄보디아인들은 투쟁보다는 화합을 중시한다. 분쟁이 발생해도 재판으로 가져가기보다는 중재를 통해 합의에 이르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은 캄보디아에 있어‘본받아야 할 나라’로 인식되는 것으로 안다. 캄보디아는 한국의 어떤 면을 가장 배우고 싶어하나.
우리나라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배경에는 가장 먼저 경제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부존자원 없는 농경사회였지만 단기간에 가난을 벗어나고 산업화와 기술발전을 이룩한 것에 놀라워하고 있다. 따라서 이 나라 사람들은 단기간에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다른 면에서는 한국 기업이나 사람들의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을 존중한다. 일본의 경우 캄보디아에 대한 원조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인들은 투자의사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고 실질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를 실행하고 있다. 이런 점을 이 나라 사람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류열풍이 동남아 전역에 퍼져 있는데 캄보디아에서는 문화적인 한류가 불고 있는가.
한국 문화에 대한 캄보디아인의 관심이 매우 높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번째로 이곳에서 우리나라 영화제를 지난 10월 개최한 바 있다. 영화 4편을 3일간 상영했는데 매회 좌석이 모자라 통로에 관객들이 들어찼고 많은 사람들이 극장 안에 입장할 수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현지 TV에서도 우리나라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고 우리 가수들의 인기도 매우 높다. 지난 9월에도 타악기 공연단 ‘공명’이 방문했는데 객석이 모두 차고 통로에까지 관객이 입장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 53년생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79년부터 외무부에 근무했다. 84년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을 시작으로 일본·캐나다·스리랑카 대사관에서 연이어 근무했다. 2004년 외무부 대변인을 거친 뒤 지난해 3월부터 캄보디아 대사로 활동 중이다.
출처 : 이코노믹리뷰, 프놈펜 = 특별 취재팀(justin-747@ermedia.net)